처음으로 만난 시간에 라는 뮤지컬은 시작부터 끝까지 극에 몰입할 수 있고 , 뮤지컬관람에 입문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재미와 깊이를 적절히 갖춘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3번의 시간여행을 제공하는 타임워치, 지금의 기억과 생각으로 원하는 시간으로 여행을 떠난다.
지수의 선택은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의 사랑을 더 잘하기 위해서, 이별하지 않기 위해서 시작했던 시간여행. 이기적이던 지수는 이제는 상대에게 맞추며 헤어지지 않기를 다짐한다. 아마도 타임슬립하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처음 헤어짐에 감춰져있던 스토리, 시현의 교통사고... 그리고 시현이의 헌신적인 사랑을 모른채 투정부렸던 자신의 과거를 깨닫게 되는 지수는 그제서야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이기적인 것, 나에게 상대가 맞춰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에게 맞추고 헌신하는 것이다. 지수는 시계를 이용해 시현이가 교통사고 당하지 않도록 지켜보려 애써보지만, 결과는 같았다. 결국에는 시현일 위해서 처음 만나는 순간으로 되돌려 연애를 시작하지 않기로 선택한다.
시한부를 선고받는 명운의 선택은 과거에 너무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고 타인에게 맞추어 살던, 예스맨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고, 이제는 본인을 위해서, 본인의 건강과 성공을 챙겨보려 아둥바둥한다. 그토록 건강을 챙기고 좋은것만 먹고,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했는데 몇번에 시도에도 명운에게 주어진 것도 변함없는 시한부 선고.
누구나 과거에 실수하고 후회한 경험이 있을것이다. 나 또한 그런 후회하는 시간들을 되돌리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명운의 인생을 통해서 예상하건대, 내가 과거에 다른선택을 했더라도 나의 지금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몇번의 선택이라는 알고리즘의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나로 존재하는 한 선택은 삶의 과정을 바꿀 수는 있어도 나의 본질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오랫동안 찾아왔던 엄마의 행방은 병원, 본인의 현재의 처지는 소매치기로 근근히 살아가는 불안한 인생. '현실(극중이름)'은 지긋지긋한 삶에서 해방하고 싶어 미래로 가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미래로 가도 본인이 원하던 미래가 기다리진 않았다. 미래로 가는동안의 고통들은 피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전혀 뜬금없는 미래의 순간을 맞이하며 당황해야했다. 인생은 탄생과 죽음사이의 선택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그녀는 선택을 포기하고 곧장 미래로 스킵했다. 그 결과는 어머니가 죽기 전에 찾아가지 못하여 후회하는 미래, 로또에 당첨됐지만 불행이 끊임없이 따라 재산을 탕진한 미래.... 그녀는 결국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나(어머니를 원망하고 툴툴거리며 못만나는 것이 아닌 찾아가 만나는것)를 깨닫고, 원래의 자기시간 현재로 되돌아가는 것에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시간여행을 통해 지수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과 가치를 깨달았고, 명운은 세속적인 시선과 성공에 미련을 버리고 지금상황이 주는 행복을 마주볼수 있게 되었으며, 현실은 진짜 자기가 원하던 것에 솔직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나는 그들을 통해서,
지수의 선택을 통해서 어쩌면 나도 지금 이 순간에 시야가 좁아져 보지 못하고 있을 진실이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명운의 선택을 통해서 과거의 후회들에 대한 미련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현실의 선택을 통해서 지금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솔직하게 대응하며 살 것을 다짐하게 되었다.